탈코르셋



탈코르셋을, 여성 개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운동이라고 많이들 생각한다.

그러나 아니다.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의 "꾸밈"을 남성에게 잘보이려는 행위로 파악하고, 이를 거부하려는 운동이다. 여기엔 꾸밈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같은 개념은 들어있지 않다. 이렇게 알고 있었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사실 탈코르셋이란 말이 유행하기 이전에도, 페미니즘에서는 이런 개념들이 존재해왔다. 이들은 여성들이 사적 공간에서 치장하는 일들이, 화장이나 외모로 여성들간의 계층이 나뉘어지고, 이렇게 나뉘어지는 이유가 여성이 남성에게 외모로 평가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계급적으로 우위인 남성 성별의 선택으로 인해, 열위인 여성 성별이 외모로 계층화되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탈코르셋 운동이란, 여성해방을 위해서 이런 남성과의 계급적 구조를 타파해야 하고, 그 방법으로 "꾸밈노동"을 여성들이 모두 동시에 중지하는 걸 얘기하는 것이다.


이 운동은 1960-70년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을 비롯한 문화 페미니즘에서 크게 유행했다. 그리고 이들의 탈코르셋은 레즈비어니즘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남성을 모두 거부하고, 여성들끼리 사는 레즈비언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레즈비언이란 성적 지향이 고착화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얘기하는 레즈비어니즘은 반드시 동성애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비혼주의, 비연애주의 등을 주장하기도 한다. 쉴라 제프리스의 "적을 사랑하는가? 헤태로 성애적 여성주의와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에서, "당신의 침대에서 당신의 머릿속까지 남성들을 모두 몰아내도록 여성들을 격려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페미니스트 티그레이스 앳킨슨은 "여성주의는 이론이며, 레즈비어니즘은 그 실천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탈코르셋은 정확히 이런 사상의 연장선이다. 이 전체 내용을 모른 채, 머리 대충 자르고 화장 안 해서 편하다고 그게 탈코르셋 운동에 참여한 게 아니다. 탈코르셋 했다고 SNS에 숏컷 하고 인증하고 이런 거야말로 완벽한 모순이다.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에게 남성에 대한 욕망을 완전히 버리라는 운동이며, 여성들 사이의 연대감을 강화하고 투쟁 전선에 동참시켜 남성과의 대치를 만드려는 게 탈코르셋 운동의 본질이다. 애초에 시작부터, 화장을 하는 여성들에게 그걸 포기하라는 식의 강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운동이었다.





by uuu | 2018/11/13 10:40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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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carlett at 2018/11/13 12:09
6~70년대 히피즘이 유행하면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 기존 보수적인 관습에 반발해서 자유연애, 미니스커트같은게 유행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그런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그당시에도 지금처럼 그런 여성들에게 공격을 했던건가요? 당시 히피는 전지구급으로 번지고 있던 유행으로 알고있는데...
Commented by uuu at 2018/11/13 15:45
아뇨. 히피즘 당시의 미니스커트는 지금의 것과는 의미가 달랐죠. 기성세대는 미니스커트를 좋아하지 않았고, 이들의 미니스커트는 저항의 의미였으니까요. 히피들이 미니스커트를 입으면서 "꾸밈노동"이라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페미니즘과 히피즘의 관계는 공생관계였어요. 당시 페미니스트들이 보기에 히피 여자들은 탈코르셋한 여자들이었죠.

이들이 공격하는 건 주로 기성세대의 여성들, 즉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전업주부들을 향했어요. 여성운동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베티 프리던이 쓴 "여성의 신비"를 보면 "전업주부"란 존재는 여성을 가정에 속박하려는 남성들이 만들어낸 억압이고, 전업주부는 무능하고 자아실현의 여지도 없이 극도의 정신적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로 묘사하고 있죠. 이들에게 가정이란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굴레일 뿐이었어요.
Commented by 지나가는 at 2018/11/13 14:35
분명 페미니즘 이야기인데 왜 이리 가부장적으로 들릴까요? 전체주의도 느껴지고.
Commented by uuu at 2018/11/14 14:54
페미니즘이 원래 전체주의적이에요.
가부장제는 남성을 가장으로 놓고 책임과 권한을 몰아주는 제도인데, 집안의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갖는 남성 가장이 없으니 가부장제랑은 상관없죠. 역사적으로 가부장제가 있었던 적은 드물어요.
Commented by 참피사냥꾼 at 2018/11/13 17:33
다같이 거지되어 평등해지자는 공산주의가 생각나네요
아니지 걔들은 적어도 인간이 풍요롭게 사는걸 부정하진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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