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


목소리 좋은 여자가 좋다는 둥 하는 글을 쓴 뒤에 바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긴 한데,

이 나이 먹도록 변변한 연애경험도 제대로 없는 나지만, 이런 나도 일종의 썸 관계? 같은 게 있던 적이 있다. 오래된 친구의 소개로 만난 여자분이었는데, 비록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날 연애 대상으로 봐준 고마운 분이다.

그 분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게다가 혼전 순결주의자) 처음엔 그런 걸 비록 알리기는 했으나 크게 상관하지 않고 만나기는 했지만, 어쨌든 신앙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분이고 시간이 흐르며 나에게도 결국 그 조건을 지속해서 이야기했다. 정식으로 사귀고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그분은 커플이 되면 결혼까지 가는 걸로 생각하고 계셨다.) 그분은 어쨌든 나도 교회에 다니기를 원했다. 아실 분은 아시겠지만 난 한때 기독교와 애증관계(?)였긴 하지만 지금은 그저 제다이교에 귀의해 우주 만물에 깃든 포스를 믿는다.(-_-)

난생처음 몇 번의 데이트다운 데이트도 해보고, 그저 내 느낌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분위기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결정적으로 고백할 때가 문제였다. 마음은 그 전에 전했으나 일종의 행사(?)는 필요하지 않나. 백화점에서 산 목걸이와 꽃다발 등으로 프로포즈를 했었는데, 그걸 듣는 순간 그분은 딱 잘라 그 조건을 먼저 내세웠었다. 그것에 대한 (긍정적인)답변을 듣지 않고는 더 이상 관계를 진전시킬 수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평소에 종교와 (특히)기독교에 대한 평소 내 생각을 구구절절 늘어놓게 되었다. 이게 잘한 일인지 잘못 한 일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생각들을 숨기고 단순히 교회에 나간다고 해 봐야 마음이 없는 겉치레가 될 게 뻔하고, 그것은 상대방을 속이는 일이 될 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조건을 내세우고 이에 따라 나를 거르려는 것 자체가 순간 거부감으로 다가왔다. 나라는 사람보다 그 조건에 만족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그 조건에 더욱 들어맞는 사람이 나타나면 나는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치 면접관 앞에 서서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의 기분이었다. 나에 대해 점수를 매기고 등급을 나누고 이에 따라 가/부를 결정하는, 서로의 마음보다는 내가 그 잣대에 맞는지가 더 중요한 듯한.. 그렇게 해서 내 뒷다리쯤에 (검)이라도 찍어줄 겐가.

종교라는 게 뭔지, 결과적으로 그분과 나는 연락이 끊긴 채로 더이상 만난 적이 없다. 후일 들은 얘긴데, 주선해준 친구의 말에 따르면 애초에 그 분은 나에 대해 남자로서의 매력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만나서 놀면 편하고 좋긴 한데 그냥 동성친구들이랑 노는 거랑 별 다를 게 없다고 느꼈다나. 어찌보면 위의 종교 얘기는 핑계일 수도 있다. 이성으로서의 끌림이 강했다면 내걸지 않았을 조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프로포즈라는 이벤트에 조건을 내걸고 사람을 잘라내는 것을 보면서, 난 그 때 이 여자는 나를 그렇게 이성으로 좋아하지는 않는구나 라는 걸 직감했던 것 같다. 결국 인연이 아니었던 거지..

어쨌든 그래서 그런지, 이상형이든 뭐든 무언가 조건을 두고 이에 맞는 사람을 고르겠어! 라거나 혹은 내가 가진 조건이 이러이러하니까 이 사람은 이게 안맞아서 안돼 라는 식은 그리 좋게 보이지 않는다. 사람을 사귈 때 좋은 면을 바라보고, 마음에 드는 구석을 찾기에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나.


p.s 연밸에 올라온 이상형 글들 중 나랑 맞는 게 하나도 없어서 이러는 거 아니다-_- 정말로..;;;


by highseek | 2012/08/05 21:31 | 트랙백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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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연풍랑 at 2012/08/05 21:41
저도 혼전순결주의자(!!!)
음 누굴좋아하면 확실히 콩깍지가 씌여서 좋은면만 눈이 들어오죠(...)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8/05 21:45
저는 혼전순결당합니다..(응?)
Commented by 연풍랑 at 2012/08/05 21:52
자의가 아닌 타의로...(....)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8/05 21:52
쳇. 쓸데도 없는 정력따위... OTL
Commented by 연풍랑 at 2012/08/05 22:02
어.언젠간 쓸일이있을거에요(...)
Commented by 낭만주의자 at 2012/08/05 22:04
영화 속 순애보도 결국 조건에 맞는 이상형과 하는 거죠. 한 사람만을 그리며 사랑하는 것도 그 이면에는 상대방이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조건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죠.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8/06 09:06
누구나 자신의 이상형을 가지기는 하죠. 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런 조건을 절대적으로 생각하고 이 잣대를 들이밀어 판단하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죠.
Commented by 밤비뫄뫄 at 2012/08/06 02:12
잘 헤어지셨구만요...
교회가 어떤 곳인지 잘 아시면서...진짜 멀쩡하고 흠 잡을데 없는 사람을 교회 안다닌다고 헤어진 경우 많습니다. 결혼하셨으면 평생 싸우고 평탄치 않으셨을텐데 왜 아쉬워 하십니까. 생각해 보세요. 그 여자분의 친구들도 다 똑같이 교회교회 하는 사람들이고 일주일의 반을 교회에서 사는 사람들일텐데 끔찍하지 않습니까?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8/06 09:08
딱히 아쉬워하지는 않습니다 :) 어쨌든 지나간 인연이고, 추억일 뿐이죠.

덕분에 상대방에 맞추는 것 보다 제가 지닌 본연의 매력을 드러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비록 아직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 이걸로 만족해요 :)
Commented by Chocolatiere at 2012/08/06 04:48
학벌과 종교를 본다고 밝혀 왔던 제 경우엔 반대의 일이 있었는데요, 기독교 신자인 남자분이 대쉬하셨습니다. 이 두 가지는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이니 이것들 말고 바꿀 수 있는 걸 얘기하면 절 위해서 바꾸겠다고요.
근데 바로 둘 다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 가장 결정적인 문제였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저 부분에서 갈등이 생기면 영영 풀 수 없다는 거잖아요. 어쨌거나 정성에 마음이 풀려 사귀기는 했지만 결국 뒤끝이 그리 좋진 않았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연인의 모습을 그려 보는 이상형하고는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8/06 09:12
그러고보니 요새 이상형으로 올라오는 것들을 보면, 바꾸기 힘든 게 많더군요. (키라던지, 키라던지, 키라던지...)

이상형은 말씀하신 대로 이상적인 연인의 모습을 그려 보는 정도가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나름의 이상형이 있지만, 꼭 그에 맞는 사람만 만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안생긴다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OTL

쇼콜라님도 포스의 영을 받아들여보실 생각은 없으신지! ...
Commented by marmalade at 2012/08/06 16:01
이상형은 이상형이고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이고...
자신의 이상을 상대방에게 강요하지만 않으면 되지 않겠습니까ㅎㅎㅎ

포스의 영이라.
그럼 제다이나이트로는 언제쯤 서품받으시는 건가요ㅎㅎ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8/06 16:02
그러니까 말이지요 ㅋㅋㅋ

파다완 수련을 하려면 마스터를 모셔야 되는데, 마스터가 없어요! 이럴수가..OTL
Commented by marmalade at 2012/08/06 16:26
전에 제다이 나이트에 대한 비밀이었나
수련법이 나와 있는 책을 본적이 있었어요..

아마도 한정판이었던가 싶은데..역시 한글사이트엔 없군요.
http://starwars.wikia.com/wiki/The_Jedi_Path:_A_Manual_for_Students_of_the_Force_(real-life_book)

이곳을 참고해 주세요. 현실에서 적용가능한 수련법이 적혀 있는듯..
깨우치시면 저도 좀..ㅎㅎㅎㅎ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8/06 16:58
아아, 예전에 잰나님이 포스팅하신 적 있는 그 책이군요 ㅋㅋㅋ

비싸서 노리고만 있습니다 ㅎㅎ
Commented at 2012/08/07 01: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2/08/08 17:41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姬妃_nana at 2012/08/22 15:35
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저의 경우, 남자를 거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남자와 나의 차이점을 자꾸 부각시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린 이렇게 다르므로 안되겠다..
이런거죠..
(전 배가 아직 부른거져.. ;;;;)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8/22 15:53
아아... 의지가 급격히 꺾이게 만드는 방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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