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교본

소개팅법

일전에 이런 글을 올려놓았었다. 꽤나 시간이 지나긴 했는데, 그동안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어 마땅히 글 쓸 시간이 없었다는 건 핑계고,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되는지 의문이다. 세상 누가 남의 인간관계에 배놔라 감놔라 할 수 있겠는가.

많은 분들이 덧글을 다셔서 윗 글에 나온 소개팅남의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이야기해 주셨다. 너무 평범해서라는 의견부터, 재미가 없다는 의견, 너무 맞춰주려고만 한다, 또한 관계를 이어나가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등등. 물론 다 맞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원글의 소개팅남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상대방 여자가 마음에 드는지 앞으로 어떤 관계로 이어나가고 싶은지 등등을 하나도 노출하지 않고, 의례적인 만남만을 끌었을 뿐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눈으로 보았을 때 진단할 수 있는 것, 즉 누가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아는 것이 과연 남자에게 도움이 될까?

당최 어쩌란 말인가. 예의를 안지키면 비매너남으로 찍히고, 예의를 지키자니 자신을 드러낼 수가 없다. 호감을 표시하자니 추파를 던지는 진상남이 될 것이고, 감추자니 재미없는 남자가 된다. 온갖 연애메뉴얼을 보면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외모가 문제라고 성형도 해보고, 몸매가 문제라고 운동도 해보고, 옷차림이 문제라고 스타일도 바꿔보고, 별짓을 다해도 안되는 이유가 있는 거다.

소개팅에 실패하는 당신의 진짜 문제는, 다름아닌 인터넷에서 갖가지 쓰레기같은 소개팅법, 연애하는 법 따위의 메뉴얼이나 읽으면서 당신 자신을 없애는 데에 있다.

본질적으로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은 대체 누구인가?

소개팅은 서로의 매력을 보고 호감이 가면 만남을 이어가기 위한 자리이지, 당신을 평가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무엇이 되었든 그것은 당신 자신의 특성이며, 어찌보면 매력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메뉴얼 따위에서 이야기하는 남자는 이래야 한다, 이래야 한다 같은 것들 아무리 지켜도 그것은 당신의 매력을 어필하지 못한다. 물론 깎아먹을 위험은 줄여주겠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신과 마주하고 앉아있는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는가이지, 당신의 행동이 메뉴얼대로 따라갔느냐가 아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상대방이 당신에게 호감이 가서 콩깍지가 씌였다면 검은 바지에 흰 양말을 신든, 코털이 삐져나왔든 무슨 상관이랴.

남자가 원하는 것이 여자의 매력이듯, 여자가 원하는 것은 남자의 매력이다. 여기서 말하는 매력에 어떤 것이 해당할 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 코드가 맞으면 좋은거고, 아니면 아닌 거다. 소개팅에 실패한다고 그것은 결코 당신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다만 여자가 당신에게서, 자신이 찾는 매력 요소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

리드하는 방법이니, 대화하는 법, 배려하는 법 등등 수많은 방법이 널려있는데, 본질적으로 다 쓸모가 없는 이유는, 이런 것들은 모두 매력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위한 방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상대방에게 매력포인트로 작용한다면 도움이 되겠으나, 그렇지 않을 확률도 상당히 높다. 알아두면야 좋겠지만, 그것대로 하면 뭔가 된다거나 하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그렇게 (메뉴얼적인)여성의 대화법과 배려와 사고방식등에 맞춰주는 것이 정통해서, 당신의 남성적 매력을 어필할 수 있겠는가?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서 남자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그냥 동성친구들을 만나는 것과 다를 게 뭔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항목이라면, 그것을 매력포인트로 삼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기는 하다. 그러나, 세상 여자들을 다 만나고 다 사귀어볼 텐가? ...나부터 그래보고 싶지만. -_-

어쨌든, 중요한 건 인터넷에 널린 수많은 사례들이 아니다. 바로 당신 눈앞에 있는, 당신과 함께 자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인 것이다.

당신은 그 앞에서 평가를 바라는 학생마냥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고, 실수를 하지 않을까 초초해 할 필요도 없다. 서로 마음에 들면 사귀는 거고, 안 들면 그뿐이다. 여기에 성공했다고 잘난 것도 아니고, 실패했다고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당신의 자존심을 구겨가면서까지 그 앞에서 떨 필요는 없다. (높은 확률로)상대방이 그런 것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고.

그저 당신이 가진, 당신의 매력을 보여줘라.



by highseek | 2012/02/26 23:31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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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글로리 at 2012/02/26 23:35
반은 동의.
그래도 정말 기본적인 이걸 알아두면 좀더 곤란한 상황에서 어떻해야하지 하고 머리속이 하얘지는것보단 알아두면 좋은 정보도 올라오긴 함.
...근데 그걸 가려 들을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글 읽을 필요가 없다는것도 사실.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2/26 23:38
곤란한 상황에서 머리속이 하얘지는 사람들 중에도 커플들 많고, 전혀 곤란하지 않게 모범답안을 척척 내는데도 솔로를 벗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맹점은 그것이지요.
Commented by 글로리 at 2012/02/26 23:42
ㅇㅇㅇㅇㅇㅇㅇㅇㅇ
그게 맹점. 정확함.
Commented at 2012/02/27 00: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3/01 15:10
뭐,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Commented by 엽기당주 at 2012/02/27 09:42
1. 자기 할말을 남에게 못하거나 (보통 소심증이라고 하죠.)

2. 남의 이야기를 듣는데 익숙치 않고나 (주로 여자들과 이야기할때 말 툭툭 자르면서 끼어들어서 장광설 늘어놓는 경우가 이것에 해당)

이 두가지 중 하나 혹은 둘 다에 해당하면 연애는 커녕 친구도 별로 없더군요.

1번과 2번은 얼핏보면 상호 모순되는것 같은데 사실은 범주가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자기가 하고싶은 이야기가 아닌 어디서 줏어들은 이야기나 변죽 울리는 딴 이야기만 장광설로 늘어놓을수도 있는거라서 말이죠.. -_-;;;

여자들을 만나보면 느끼는게 남자랑 다르게 소통이 되냐 안되냐를 매우 중요시하더군요. 자기 이야기 잘 들어주고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이야기하면 자기와 '말이 통한다'. 혹은 '공감이 가는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보통 이런 상태가 되면 친하게 지낼수 있거나 사귀귀도 쉬워지죠.

시작부터 여자가 무슨 이야기만 하면 바로 가르치려고 든다거나 무슨 주제만 나오면 스마트하게 보이려고 기를 쓰다보면..글쎄요 제가 보기엔 여자들이 싫어한다기보단 사람들이 다 피할거 같습니다만..

말미에 당신이 가진 매력을 보여줘라..라고 쓰셨는데 그 매력을 보여주는 방법도 중요한겁니다.

보여주는게 중요하다면 자신의 모든것을 다 보여주려고 악을 쓰는 바바리맨같은 사람이 변태로 몰리는것과 비슷한 경우를 만나게 되거든요.

知의 영역과 用의 기술은 따로따로 익혀야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거 아닐까요?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3/01 15:08
물론 어떻게 보여주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당연하게도, 보여주려고 악을 쓰고 내밀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Commented by 늄늄시아 at 2012/02/27 12:15
연애교본은 참고서일뿐이죠. 참고서를 "정석"처럼 숭배하며 그대로 행동한다면, 상대방이 대단히 재미 없어할거에요.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3/01 15:09
어디까지나 그냥 참고할 만한 이야기로, 생각해보고 그럴싸하면 받고 아니면 버리고 해야 할 이야기들인데, 마치 교과서처럼 익히려는 게 문제
Commented by shaind at 2012/02/27 16:02
자기 안의 여러가지 특징들 중에 뭐가 보여줄만한 건지 모르니 일단 좋게 포장부터 하고 볼 수밖에요...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3/01 15:09
어떻게 포장할 것이냐가 중요하지요.
Commented by 함부르거 at 2012/02/27 17:34
코드가 맞는 사람하고 만나니까 어느 정도 테크닉만 더해지면 팍팍 진행되더군요.
테크닉은 윤활유 같은 거다... 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3/01 15:10
아무리 윤활유가 펑펑 넘쳐도 코드가 안맞으면 한낱 개기름에 불과하다는 결론.
Commented by 타닌 at 2012/03/01 22:52
오, 이거 완전 정답이네요.
Commented by highseek at 2012/03/02 12:27
사실 답이 없다는게 정답이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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