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가해자는 잡히기만 했을 뿐 아무 처벌도 내려진 게 없다. 포토라인은 수사당국에서 세우는 것도 아니고, 처벌과는 연관이 없다. 구속수사도 수사편의를 위한 절차일 뿐 처벌이나 이후 사건처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피해증거가 확실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용의자가 특정되는 케이스인데도 불구하고 10일이나 걸린, 여타 다른 성범죄 사건들에 비해 오히려 처리가 늦은 사건인데, 다른 사건 같으면 늑장수사를 외칠 사람들이, 이번엔 도리어 처리가 빨랐다고 외친다.


범인이 한강에 던져버린 폰은 이제 찾을 수가 없다. 재판과 처벌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나올지도 모른다. 법정에 간다면 피해자도 당연히 출석하여 입장을 대변해야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고, 상대측 변호인들로부터 가해자를 선처해달라는 요구를 받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들은 물론 정당한 절차들이다. 법은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다만 그 사진은 아직도 인터넷상에 계속 합성되며 떠돌고있다. 이런거 막을 방법은 물론 없다.


다툼이 있어서 홧김에 그랬다. 죄송하다. 라는 가해자의 변명이 언론사에 깔렸고,
자리를 차지하며 성기를 스스로 노출하고 과시했다는 둥의 유언비어가 퍼지고
이런 유언비어로 인해, 피해자를 되려 공연음란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있다.


남모델을_공연음란죄로_처벌하라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며
공연음란죄 처벌 청원도 수만명이 동참했다


워마드 수사는 서버가 미국에 있어 난항을 겪고있는 와중에
워마드 회원들은 편파수사 반대시위를 벌임과 동시에
범인을 추켜세우면서,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작성하고 구명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홍대에선 모델들 문제니까 홍대 학생들에게 사과하라고 하고
(일부)국민들은 피해자엔 안중도 없이 뜬금없이 몰카대상 여성비율 자료 같은거 가져오면서 여성몰카사건에만 열올리고
이 사건은 어느덧 "홍대 몰카남"사건이 되어버렸다.


뭐 다 그렇다 치는데.


이게 당신들이 그토록 외치던 "편파적으로 모범적인" 사례인가? 여태껏 이럴 수 있었는데 안 이래서 놀라운가?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벌일 정도로 유례없이 피해자가 보호받은 케이스인가?


글쎄.


by uuu | 2018/05/17 13:04 | 트랙백 | 덧글(3)

메갤 이전부터 보면서


메갤 훨씬 이전부터 이런저런 반응들을 살펴보곤 했었는데

1.
94년 여성계의 군가산점 폐지 청원 때였다. 솔직히 그 일이 그렇게 커질 줄 몰랐다. 사실 군가산점은 공무원에나 해당하는 거였고, 80년대 후반 까지만 해도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높진 않았거든. 갈 수 있으면 일반 사기업에 취직하지 공무원 가려는 사람 별로 없었다.

근데 90년대 넘어가면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공무원의 인기가 많이 올랐나보다. 하긴 그렇게 공무원의 인기가 올라가니까 차별 논란도 생겨난 거겠지.

아무튼 그 당시의 온라인상 논쟁은 꽤나 치열했다. 왜 남성이 국방의 의무를 하고 얻은 권리를 뺏으려 하느냐, 그렇게 성차별같으면 니네도 군대가라 vs 여자는 임신하는데 어케가냐 뭐 이런 논조로 싸웠었다.

pc통신 시절이라 이런 논쟁들은 주로 토론게시판에서 벌어졌다.

사실 페미니즘이 제일 이슈가 많았던 것도 이때 즈음이었다. 여성학과도 막 만들어지고 했었지.


2.
그러고 imf가 터졌다.
공무원 할당제부터 각종 정책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무원의 인기는 끝없이 올라가는 것과 대략 일치했다. 경제가 어려운데 가장들은 실직하고 하다보니 사람들은 생계를 메꿀 게 필요했고 자본은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러니 여성에게 눈을 돌린다. 그동안 일 안했지? 니네도 일해.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미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급속도로 올라갔다.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역시 외환위기 이전보다 크게 상승했다.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취업이나 경제적 부담감을 느끼게 된 것도 이때 즈음이 아닐까 싶다. 사실 옛날 여자들은 돈은 남편이 버는거라, 취업 못할까봐 불안하고 전전긍긍하고 하진 않았거든.

여성공무원 할당제 하고나서 여성 공무원들이 늘었지만 여성에게는 당직을 시키지 않았었는데, 그러다보니 남성 공무원들의 당직 순서가 훨씬 빨리 돌아오고 했었다. 그래서 여성도 당직을 서야하는거 아니냐 했더니, 여성민우회에서는 여성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 여성에게 패널티가 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뭐 이런 얘기를 했던 게 기억난다. 이것도 한참 논란이 많았지.

호주제도 폐지되고 육아휴직도 생기고 생리공결제도 생기고 여성계에서 주장했던 여러 정책들이 입안되고 실행됐다.

희안한게, 이러면서 페미니즘 이슈는 잠잠해졌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럴까.


3.
2천년대 초중반, 이상하게 넷상의 싸움은 많이 사라졌다. 과연 갈등이 없어졌을까 하면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남초카페와 여초카페가 각각 생기면서 서로 갈라선 것 같다. 

다만 활동양식이 달랐다. 남초는 네이버 등 전방위로 퍼져서 활동하는데, 여초는 폐쇄적으로 뭉치는 식이었다. 이 안에서 서로에 대한 안좋은 인식들이 많았다.

주로 나오는 것들이

남자 입장
여자는 남자에게 기생하려 든다.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여성들이 아직도 경제적 부담을 남자에게만 지우고 가정사의 책임을 남자에게 돌리는 전통적인 관습들을 고수하고 있다.

여자 입장
남자는 여자보다 도덕성이 결여되어있다. 그래놓고 사회적 의무 운운하느냐
가장으로서, 남자로서 똑바로 행동해라
여자의 마음을 알아줘야 한다
니네가 가사부담이니 시댁문제니 이런 쪽에 전통적이니 우리가 바뀌어봐야 우리만 손해 아니냐 니네가 먼저 바뀌어라

등등이 있었다.

그러다가 단발성으로 무슨 일 생기면 남녀싸움이 쭉 일어나고, 그랬었다. 냉전시대라고나 할까.


4.
메갤-메갈 등장 때 좀 희안했다. 하는 짓거리가 병신같은게 꼭 남자애들 같긴 한데, 말하는거보면 남자는 아니고.. 근데 뭐 이런거야 알수없지. 사실 "걔네들 사실 남자일거다" 라는 건 주로 여초카페들 반응이었다. 지금도 여초카페에 보면 "워마드는 사실 남자들이 들어와서 분탕치는거다"라는 식의 반응들을 볼 수 있다.


5.
하지만 제일 희안한거는, "그동안 당하는 걸 참아만 오다가 이제서야 목소리를 낸다"는 식의 프레이밍이었다. 관련해서 만화로도 그려지면서 퍼지더라. 저 옛날부터 남녀 갈라서 서로 짱돌던지며 싸우던건 다 어디가고..

뭐 하긴 옛날 일들이나 맥락을 모르고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사건들만 아는 사람이라면 착각할 수는 있다. 여초카페 내부의 일들은그렇게 외부에서 알기 쉽지 않다.


6.
그리고 강남역 사건이 터지게 되는데, 이 사건으로 모이는 여자들을 보고 좀 놀랐다.
왜 놀랐냐면, 그때까지 여초카페들이 남자들을 주로 공격하던 근거가 도덕적 우위에 의한 공격이었다.
실제로 컬츄럴 페미니즘 같은 데서는 여성은 남성보다 친절하고 상냥하므로, 여성이 세계를 지배하면 평화롭고 전쟁도 없는 세상이 올 것이다 같은 얘기를 해왔거든. 현재 문화가 남성적이니까 여성의 관점에서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컬츄럴 페미니즘이다. 군대 가서 죽이는 거 배워온 주제에 뭘 잘했다는 거냐는 예전 모 ebs 강사 얘기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근데 여자들도 모아놔보니 결국 똑같구나. 이래놓고 뭔 페미니즘이냐. 싶어서.


7.
사실 페미사상은 90년대부터 널리 퍼져있었다. 문제는 그 사상이 현실과는 괴리되어있다. 비판하다보면 입이 아픈데, 아무튼 호주 아동성범죄 사건이나 제천화재 시위 등을 보면서 남자들이 깨달은 게 있다. 아, 쟤네들은 진짜 정신이 없구나.


8.
사실 이번 시위 좀 포기한 면이 크다. 말로 얘기해봐도 얘네들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통제된 환경에서 누가 해도 잘 할수밖에 없는 수사를 잘 해놓은 거 갖고 편파수사 규탄 시위 벌이고 몰카범 선처해달라고 탄원서 쓰는게 범죄예방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보다 여성안심보안관 후원이나 하는게 맞지 않을까. 나도 후원이나 하고싶다. 예산부족 얘기 안 나오게.

도대체 왜 그 많은 여성들이 이 사건에 이렇게까지 분노하는지 이해는 간다. 뭐 감정적인 이유가 크지.

근데 조금만 찾아보고 생각해보면 왜곡된 감정적 선동이란 걸 충분히 알 수 있을텐데. 그냥 그런 비판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 같다. 하기사 페미니즘 자체가 원래 비판을 원천봉쇄해버린다. 페미니즘은 모두가 해야하지만 올바른 페미니즘은 없다며. 그럼 대체 왜 하는거냐. 그래 뭐 니들 맘대로 하세요..





by uuu | 2018/05/15 17:48 | 트랙백 | 덧글(26)

여성혐오의 혐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의 우에노 치즈코는 이런 얘기를 한다.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여성혐오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우에노 치즈코의 얘기에 따르면, 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가 만들어 온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 및 강박적 이상과 판타지일 뿐, 물질성을 띈 개개인으로서의 여성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므로 현실에서의 여성이 그 틀에 부합하지 않다면 그 여성은 당연히 미워하고 싫어하는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건 비단 호색한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을 남성 간에 교환 가능한 소유물로 생각해 온 가부장제 사회에 만연한 태도라고 이야기한다. "여성을 남성 간에 교환 가능한 소유물로 생각해 온 가부장제 사회"라는 것이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증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은 일단 차치하더라도, 저 사이에 어떤 실증적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강박적 이상과 판타지가 아닌 개개인으로서의 여성을 좋아하는 수많은 남성들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사실 여성을 좋아하는 남성들은, 가부장제 사회가 만들어온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과는 별 상관없이 여성을 좋아한다. 현실에서의 여성이 그 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싫어하지 않는다. 되려 여성이 기존 체제에 저항적인 모습을 보일 때, 남성들은 지지와 찬사를 보내는 광경을 흔히 본다.



오히려 그들이 자주 문제삼는, 일베나 기타 커뮤니티에서 자행되는 "여성혐오"는 가부장제와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대표적으로 김치녀로 대변되는 여성혐오는, 가부장적 사회가 만들어온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충실히 따르는 여성을 오히려 공격한다. 이들이 얘기하는 "김치녀"야 말로, 가부장제의 고정관념에 따라 살아가는 전근대적인 여성들의 상징이다. 남성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여성, 남성에게 기생하려는 여성, 여성이란 이유로 사회적 의무를 하지 않으려는 여성 등을 이들은 김치녀로 통칭한다. 가부장제적 고정관념 하에서는, 여성에게 경제적 부담이나 국방의 의무를 요구하진 않는다. 오히려 가부장제적 고정관념은, 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아 여성에게는 경제적 부담을 없애고 국방의 의무 등 여러 의무를 면제한다. 대신 여성성으로 규정지어진 다른 의무들을 부여한다. 여성혐오가 가부장제와 맞닿아있다면, 어째서 여혐론자들은 "가부장제적 여성의 의무"는 도외시한 채, 자신들과 같은 "의무"를 그토록 주장하나?



소위 여혐충들은, 여성에게 경제적 부담과 국방의 의무를 지라고 얘기한다. 이것은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하게 의무와 권리를 질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이야말로 페미니스트들이 아닌가. 페미니즘에서 얘기하는 사상들을 받아들인 상태에서, 가부장제적 가치관 속에 있는 여성을 보니 이상해보이는 거다. 남녀가 동등하다고 배웠는데 쟤들은 왜 돈을 안내? 왜 군대 안가? 그러면서 이렇게 돼버리는거 아닌가. 오히려 가부장적인 남성들은 되려, 당연히 여성을 부양해야 하고 여성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페미니즘"얘기가 이래서 나오는거다. 그들이 얘기하는 여혐충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성평등을 얘기하는 애들이다. 성평등을 이루는 방법에서도 페미니즘의 방법론과 많은 부분 닮아있다. 다만 이 책임을 누구에게 돌리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여혐충들은 주로 여성을 채찍질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페미니스트들은 주로 남성을 악마화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가부장제적 고정관념이 여성혐오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되려 남녀의 특성과 남녀의 사회화 과정들, 그리고 문화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억지논리를 펼쳤던 페미니즘이야말로, 여성혐오 현상과 남녀갈등을 만들어낸 주체다.

 

by uuu | 2018/05/14 19:18 | 트랙백 | 덧글(6)

남초와 여초


남초집단이랑 여초집단은 집단특성이 좀 차이가 있다. 전부 그런 건 물론 아니고, 어느정도의 경향성을 얘기한다.


여초집단은 중심점이 되는 여자, 소위 여왕벌을 위주로 해서 집단평균을 맞추고 동질성을 확보하려는 면이 있다. 모두 비슷한 사고와 비슷한 정서를 공유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거나 튀는 행동, 튀는 외모 등을 가지게 되면 집단에서의 배제 현상이 일어난다. 내집단끼리는 꽤나 끈끈하게 뭉치는 반면 배제된 사람에 대해서는 치밀하게 왕따시키는 면이 있다.

반면 남초집단은 집단평균을 맞추려는 성향은 별로 없고, 내집단과 떨어진 사람간의 경계도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별로 챙겨주거나 하는 것도 없고 무슨 일 있어도 딱히 도와주지도 않는다. 내집단끼리 그렇게 끈끈히 뭉치지도 않고, 집단 목표나 규칙을 해치지 않는 이상 튀는 행동이나 서로다른 모습 등에도 별 신경 안쓰는 경우가 많다.(대표적인 남초조직인 군대가 튀는 행동을 싫어하는 건, 바로 집단목표를 해치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좀 특수한 경우) 애초에 집단원들끼리 뭉치는 성향이 별로 없어서, 여초집단에 익숙하던 사람이 들어오면 자기혼자 떨어져있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왜 나한테 이렇게 신경을 안쓰지? 혹시 날 싫어하나? 하지만 걱정마라. 남초집단은 그냥 다들 서로에게 별 신경을 안쓴다.


대신 서열 같은 위계질서를 수립하려고 하고, 위계질서상의 하극상을 일으키거나(한마디로 윗사람에게 대들거나), 집단 룰을 위배하거나, 무능력하다고 찍히는 경우에 엄청 가혹해진다. 그리고 각자 자신만의 특수성, 영역 같은걸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쉽지 않다. 애초에 남초집단에 끼어들어가기 위해서는 내가 그 집단의 목적에 맞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여초집단과는 다르게 오히려 좀 "남들과 다른 걸 가진 사람"이 더 잘 적응하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텃세 양상도 다르다. 남초집단의 텃세가 "너 무능하다, 쓸모없다"의 느낌이라면, 여초집단의 텃세는 "넌 우리와 다르다"의 느낌이랄까.


이러다보니 여초집단은 사적이고 친밀한 사람들끼리의 집단구성에 잘 맞는 성향이다. 반면 남초집단은 사적인 집단이 잘 생기질 않는다. 그보다는 특정 목적을 가진 공적인 집단에 잘 맞는 성향이 있다.



by uuu | 2018/05/11 17:01 | 트랙백 | 덧글(2)

남성연대


은하선의 칼럼을 보면, 페미니즘이 가지는 시각에, 어떤 오해가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1. 남성은 연대하지 않는다. 남성의 방식은 경쟁과 승부이지 연대와 관계맺기가 아니다. 
경쟁과 승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식은 스스로를 강하게 단련하고 자기주장을 펼치는 방식이다. 남성이 남성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주장하고 증명해야 한다. 결코 거저 주어지는 보상은 없다. 그러기에 남성은 "대놓고" 말한다. 싸움을 건다. 그러지조차 않는 자는 도태되기 때문이다. 힘든 순간들에, "가만히 있어도 태어남과 동시에 무료 자동가입된 남성연대"는 도움을 주기는 커녕 "더 잘할 것"을 주문한다. "스스로 노력해야"한다고 말한다. 채찍질한다. 그게 사회가 남성을 다루는 방식이다.



2. 남성의 자부심은 연대에서 나오지 않는다. 남성에겐 다른 남성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의 여부를 중요시하는 건 여성의 방식이지 남성의 방식이 아니다. 남성의 자부심은 "살면서 만나왔던 남성들과의 대화"에서 오지 않고, "자기 스스로의 경험"에서 온다. 남성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자신의 경험과 자신의 생각이지, 다른 남성들의 생각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그것은 극복하거나, 혹은 싸우고 배척해야 하는 무엇에 불과하다.



3. 페미니즘에서는 "남성 연대"가 존재할 거라는 상상을 즐겨 한다. 하지만 연대는 여성의 방식이다. 남성 집단은 결코 끈끈하지도, 친밀하지도 않다. 오히려 느슨하고 개인적이며 서로가 서로를 견제함에 가깝다. 남성은 언제나 다른 남성과의 대항과 맞서기를 겪으며 살아왔다. "남자가 대놓고" 말한다는 건 이런 의미다. 누가 뭐래도 내 생각이 맞아. 그러니까 덤벼 이자식들아.



4. 여성이 여성에게 하는 의견표출은 동의를 구하는 식이 많다. 끊임없이 주변에 물어보고 동의를 얻고 남들이 자신과 같은지를 신경쓴다. 그런 식으로 집단평균을 맞추고, 그러고 나서 자신의 의견이 여성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성이 남성에게 하는 의견표출은 그 자체로 공격이다. 그럼 여성이 남성에게 하는 의견표출은 무엇으로 들을까? 여성의 방식을 이해하는 남성이라면 의견교환과 동의와 공감을 위한 제스쳐로 보겠지만, 이것에 익숙하지 않거나(혹은 그 방식 자체를 거부하는)남성이라면, 당연히 공격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5. 남성들은, 또한 남성들에겐 누구도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모든 걸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그러니 당연히 여성의 방식을 알기도 쉽지 않다. 또한 "남성의 방식"이 어떤지도 잘 모른다. 남성이 아는 건 "자신의 방식"이지, "남성의 방식"은 아닐 때가 많다. 어떻게 여성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사회화되고 어떻게 커야 하는지 남성은 스스로 구르고 부딪히고 하나하나씩 얻어나가야 한다. 아무것도 배운 적이 없으니 맨땅에 헤딩하면서 이리 해보고 저리 해보다 욕을 먹는다. 사회는 가르쳐준 적도 없으면서 자꾸 "어서 해내라" 며 닥달한다. 그러다보면 섹스해주지 않는 여성이 서럽고 분하기도 하다. 경력직만 찾는다면 나는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가. 뭐라도 배울 수 있을까 싶어 큰 돈을 지불하고 픽업아티스트 같은 놈들을 찾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돈만 날리고, 결국은 또 스스로 부딪혀 가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은하선의 글처럼 "이 사회의 남성들은 정말 여성과의 연애’를 바라고 있긴 한 것인가. 여성과의 '합의된 섹스'를 바라고 있긴 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제 막 검정고시 준비하는 사람에게 다변수함수의 미적분학과 벡터해석학에 대한 이론을 세워보라면 이 사람이 뭘 하겠나.



6. 남성은 남성이란 이유만으로 여성과 아이가 주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뭔가를 이룩하고 자신을 증명해야 보상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성의 방식은 "쟁취하기"다. 자신이 노력하고 얻어내고 이뤄내야 여성과 아이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반면 여성의 방식은 "걸러내기"다. 다가오는 남성들을 기준에 맞춰 필터링하고 걸러낸다. 이는 취업시장의 면접 방식과도 유사하다. 구직자가 열심히 스펙을 쌓고 노력해서 일자리를 "쟁취"한다면, 면접자는 찾아오는 구직자들을 기준에 맞춰 "걸러낸"다.



7. 남성이 "연대"하는 경우는, 외부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동맹을 맺을 때 뿐이다. 고 성재기 씨의 남성연대가 왜 남성들에게 외면당했나? 남성들을 포괄적으로 끌어들일 만한 요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8. 부디 하루빨리 정신차리고, "남성연대" 같은 망상에서 빠져나오길 바란다. 남성들은 기본적으로 서로 "연대"란 걸 할 수가 없는 종족들이다. 그러니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서열을 만들고 시스템을 만들고 규칙을 만든다. 느슨한 조직이 와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by uuu | 2018/05/10 14:38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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